
전 경제에 문외한이지만 요즘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고 파국이 아주 가까운 곳까지 와있다는 정도는 직감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이명박 정부의 무능 때문만이 아니라, 박정희/김대중 때부터 강화/유지된 수출의존형 경제체제와 금융개방에 원인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탐욕이 자초한 결과겠지요, 그것이 한국인의 것이건 미국인의 것이건 간에.
특히 최근 몇년사이, 우리는 성실히 일하고 원칙에 맞춰 투자하는 자세를 얼마나 한심하고 우습게 여겼던가요? 주식 안하면 바보고 은행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몫 잡을 수 있을거라고 다들 환상에 빠져있었습니다. 독일은 주식투자자가 전국민의 5% 수준이라는데 우리나라는 1천만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하긴 몇달이긴 했지만 저도 손댔을 정도니까요. 노무현 정권 말기, 한창 주가가 올랐을 때에는 주가동향과 차후 투자계획에 대해 떠들어대는 동네 철물점 주인을 목격했을 정도였습니다. 다들 손쉬운 돌벌이라는 환상에 미쳐있었던 거지요.
그런 탐욕의 가장 한심한 결과는 이명박 당선과 한나라당 집권이겠지요. 국가를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처럼 파악하며 자신이 능력있는(?) CEO였음을 강조하는 후보자를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다들 도덕성을 의심했지만 당시 우리들에겐 결과만이 중요했지 과정따위는 개나 줘버릴 하찮은 거였으니까요. 뒤가 구리거나 말거나 어쨌든 능력있는(?) CEO였던 사람이니까 우리(없는것들)를 좀더 잘먹고 잘살게 해줄거라고 착각했습니다. 노무현 정권의 경제적 실정이 이명박 지지의 이유라고 말하는 멍청한 것들이 많았는데, 그렇다면 진보세력에게 표를 주는 게 논리적인 선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돈 벌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 무식한 것들은 이명박을, 노회찬 대신 홍정욱을 선택했던 거지요.
한창 펀드와 주식투자가 대세였을 때, 저도 약 20% 정도의 수익률을 냈습니다. 그리고 뭔가 위기의 낌새가 느껴지는 시점에 그만둬 손실은 없었습니다. 제가 현명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소한 위험도 감수할 수 없을만큼 중요한 돈이었기 때문이지요.(그런 돈을 가지고 주식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왜 그렇게 멍청했던가...) 제게 금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전 아마 돈을 더 묻어두었을 것이고 지금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그러한 것처럼 저역시 막대한 손실을 입었을 겁니다. 결국 저의 가난이 저를 살린 거지요.
탐욕의 광기에서 벗어나, 지금 이 가공할만한 파국을 목격하는 저는 다시 한번 절감합니다. 원칙을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 그 원칙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뒤에 하지만을 붙였다는 거지요. 집은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 하지만 부동산 투기로 한몫잡은 사람이 많은데 나도 어떻게 한몫 ... 주식시장은 개미투자자에게 절대 불리하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준비없이 섣불리 손대었다간 손실만 볼거야. 하지만 요즘처럼 활황세라면 나도 어떻게 한몫...
제가 얕은 지식으로 이렇게 낙서를 하고 있는 이유는 미래의 제가 지금의 이 위기와 교훈을 잊지 말기를 바래서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제게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고 손쉬운 돈벌이를 원하는 때가 온다면, 지금 이 포스트를 읽고 마음을 고쳐먹기를 바라는 거에요. 2008년, 우리는 탐욕이 자초한 큰 위기에 처했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지. 탐욕의 결과는 언제나 그럴 수밖에 없어. 그러니 성실히 일하고 노력 이상의 결과를 바라지마. 구체적으론 주식투자 하지마라. 철저한 준비없이 뛰어들면 결국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고, 그 준비를 위해선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야되. 그 시간과 열정을 나의 직업분야에 쏟는다면 더 확실하고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을거야. 또한 부동산 투기는 사회적 죄악이야. 나혼자 잘먹고 잘살자는 생각은 결국 다같이 망하는 지름길이야. 불로소득자들을 부러워하지마. 부당한 방법으로 누리는 호의호식은 범죄와 다를 바 없어. 양심에 부끄러움없는 삶이 결국엔 나에게 더 큰 만족을 줄거야.
다가올 위험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오늘의 교훈을 오래토록 기억할까요? 아, 저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그렇게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대선까지는 아직도 4년이 넘게 남았잖아요. 절망입니다. 그냥 다같이 망해버리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상위 몇%는 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