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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에게 좌우명이 뭐냐고 물어보신다면 얼마전까진,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자 진지하게, '잘 먹고 잘 살자'라고 대답했을 겁니다. 저 짧은 말에는 제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 그대로 응축되어 있거든요. '잘 먹자'는 먹는 것에 목숨 걸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짧더라도 건강한 삶을 원하는 저에게 섭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운동과 먹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잘 살자'는 말 그대로 돈을 많이 벌자는 소망이었습니다. 한국이라는 이 천박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거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돈을 어찌 원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잘 먹고 잘 살자'는 수단이었을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전 우아하게 살고 싶은 거였어요! 저 자신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아함은, 제 삶이 실제로 그러한지 여부와는 별개로, 제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꽤 많이 설명하는 단어입니다. 저의 대인관계가 굉장히 좁은 것도 지금 저의 삶의 모습이 그다지 우아하지 못하다는 점과 관련이 있을거구요. 담배를 피지 않고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것도, 건강상의 문제도 있지만, 흡연자의 입냄새와 침뱉는 습관이 전혀 우아하지 않고, 술처먹고 술주정하는 개새끼들의 모습에서 우아함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제가 20대 초반의 그 왕성한 성욕의 시기부터 벌써 비실해지는 기미가 엿보이는 이 나이가 될 때까지 한번도 돈으로 여자를 사 본적이 없다는 사실도, 매춘여성의 삶의 방식과 좋다고 그걸 사는 숫컷의 존재방식이 전혀 우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연애나 결혼이 간절하거나 중대한 문제가 아닌 것도 둘 다 속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덜 우아해지기 때문이고, 결혼을 하게 되도 애는 절대 안 낳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유도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우아함과 거리가 먼 삶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잘 먹고 잘 살자고 의욕하게 된 것도 우아하게 살기 위해선 건강과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던 거죠. 여기저기 골골 아파본 경험이 있는 저는 건강이 삶의 우아한 정도를 결정짓는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고3때 특히 심했던 천식은 제 삶의 질 자체를 엉망으로 만들었어요. 담석 제거를 위한 수술 때문에 여러명이 같이 쓰는 병실에서 요도에 catheter를 꽂아야 했던 순간의 육체적인 고통은 잊은 지 오래지만, 그 수치심은 아직도 얼굴을 붉히게 만들구요. 

우아함이 경제적 안락에서 나온다는 건 저의 직간접적인 경험에 의하면 자명한 사실입니다. 전 '우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첫장면인데, 만약 오드리 햅번이 닭꼬치를 입에 물고 1000원샵 앞에서 윈도우쇼핑을 하는 장면이었다면 '우아'하다고 생각할리 없었겠죠. 경제적 곤란함이 저와 제가 아는 사람들을 얼마나 몰염치와 악다구니와 피폐한 심성으로 내몰았는지 충분히 봐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건강함을 유지하는데 돈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건 분명합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건강에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을 수 있고, 생활의 유지를 위해 스트레스를 덜 받아도 될테니까요. 결국 '잘 먹고 잘 살자'는 '잘 살자'로 줄여도 무방했던 거였어요. 또한 우아함이 표현되는 방식 중 하나인 '고급한 취향'은 전문적인 학습에 필요한 시간적/금전적 여유없인 거의 불가능하고, 이 또한 결국 돈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걸 굳이 낯간지럽게 부르디외를 들먹이지 않아도 다들 동의하실 겁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전 돈은 우아해지기 위한 필요조건이고, 경제적 풍요에서 우아함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아주 쉽고도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해 왔던 겁니다. 

하지만, 제 인생에서 돈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강렬한 요즘, 전 적어도 한국에서는 부유함과 우아함이 양립하기 힘들고, 전자에 대한 추구가 오히려 후자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제가 입 아프게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를 말씀 드릴 필요가 있을까요? 한국사회의 없는것들은 착취당하는게 당연할만큼 멍청하기 이를데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강남 주민들이 자신의 계급적 이해관계만을 위해 뽑아선 안 될 것들을 대통령으로, 국회의원으로, 교육감으로 택한 건 우아하기는 커녕 추하기 이를데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이전 정권에선 불의의 맞서는 척 갖은 궤변을 늘어놓다가 정권이 바뀌자 순식간에 개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검찰들의 삶 또한 우아하기는 커녕 비굴하기 이를데 없구요. 평생을 구라로 일관하시며 권력의 정점에까지 도달하셨지만 개버릇 남 못줘서 곤란한 상황에선 조건반사적으로 그냥 구라를 까시는 이명박 장로의 삶이, 그 막대한 드러난 재산과 뒤로 꼬불쳐두셨을 재산에도 불구하고, 전혀 우아하지 않을 거라는 데에 500원을 걸어도 좋습니다. 그 고상한 취미와 높은 학력과 천문학적인 재산에도 불구하고, 삼성 일가의 고상함을 한꺼풀 벗기면, 재산증식과 부의 세습을 위해선 탈법과 위법도 마다하지 않는, 가장 악랄한 장삿군의 본성이 숨어있다는데에는 600원을 걸어도 좋구요.

있잖아요... 전 그냥 우아하게 살고 싶은 거 뿐입니다. 우아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혹시 알고 계시면 저에게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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