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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しゃれ ゲ-ト 오샤레 게-토>는 제가 가끔 보는 일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런던 하츠 London Hearts>의 한 코너입니다. 오샤레는 멋쟁이라는 의미이고 게-토는 gate의 일본식 발음이에요. 방송국 'TV 아사히' 건물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TV출연을 위해 지나가는 '연예인들의 私服을 체크한다'는 컨셉입니다.

'사복 체크'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당사자가 자신이 촬영된다는 것을 사전에 몰라야한다는 점이겠지요. 그래야만 방송용이 아닌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차림으로 등장할테니까요. 제가 보기에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 앞에 오샤레 게-토의 세트가 세워져 있는 걸 발견했을 때 당황하거나 놀라는 표정들이 무척 자연스럽거든요. 그들이 입고 나오는 옷차림이 대부분 사복이라 믿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입고 착용한 옷과 악세사리들은 많은 경우 터무니없이 비쌉니다. 9월 9일자 방영분을 볼까요?



마리에는 일본내 top 모델이자 일본인들이 세레브celebrity라고 부르는, 있는집 딸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입은 빈티지 fur coat는 80만엔, 알렉산더 왕 니트 카디건은 10만엔.



잇코는 유명한 헤어스타일리스트 겸 메이컵아티스트라고 합니다. 그녀(트랜스젠더 혹은 여장남자 입니다.)는 온몸을 브랜드(일본에선 명품을 브랜드라고 부르더군요.)로 도배하고 나왔는데, 루이비통 캐미숄은 15만엔, 루이비통 스커트 18만엔, 구찌 펌프스 10만엔, 루이비통 쟈켓 33만엔, 그리고 에르메스 백은 무려 380만엔이라고 합니다.

물론 저 사람들을 비난하는 건 아닙니다. 저런 소비가 가능한 수입이 있으니까 저러고 다니겠지요. 제가 10만원짜리 청바지를 사입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라면 저보다 수입이 50배쯤 많은 사람이 500만원짜리 옷을 사입는 것 역시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해야겠지요. 하지만 역시 한심하다 혹은 불쌍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미친짓이에요.

그들이 연예인이라는 사실이 저런 고가의 옷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방송용 옷차림도 아니고 사복이잖아요. 그리고 드물긴 하지만 납득할만한 가격의 옷을 입고도 연예인다운 화려함을 연출하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하구요. 결국 그들은 입고 걸치는 것에 그만한 돈을 투자하는 것이 그만큼 가치있는 일이거나 만족감을 준다고 생각하는 거겠지요. 

명품의 가치를 주장하는 많은 논리들이 있습니다. 가령 명품은 일종의 예술작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에만 촛점을 맞춰 가격을 평가하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 같은 거요. 전 묻고 싶어요. 만약 동일한 물건인데 브랜드가 아니어도 동일한 금액을 지불하겠느냐고. 고도의 마켓팅 전략과 자본의 논리에 따라 수량과 가격과 디자인이 결정될 터인데도 '금액에 상관없이 예술작품이니까'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자기모순이지요. 자본주의 체제의 그 소모적인 기표의 놀음에 놀아났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라면, 차라리 솔직하게 '구별짓기'를 위한 수단이라거나 자신의 비천한 계급을 숨기기 위한 위장이라고 고백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오타쿠가 AV DVD에 대해 Carrie Bradshaw가 구두에 들인 것만큼 돈을 쓰고 또 그런 컬렉션을 자랑스러워 한다면 사람들은 그를 분명 변태라 부르며 한심해할 겁니다. 이상한 일이에요. 제겐 둘 사이의 차이가 별로 없어보이는데요. 그들의 집요함의 정도와 착용/시청시 느끼는 오르가즘의 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면 발로 느끼느냐 성기로 느끼느냐 정도?

가끔 자본주의 가치체계의 변태성에 흠칫 놀라게 됩니다.
더욱 놀라운 건 그 변태성을 다들 눈치채지 못하거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구요. 우리나라에선 <오샤레 게-토>처럼 노골적으로 돈지랄을 찬양하는 프로그램이 아직은 공중파에서 방영되기 힘든 사회분위기지만, 변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처자들이 들고 다니는 저 많은 루이비통 백/이미테이션과 자랑차게 거리를 달리는 아우디들을 보세요. 돈이 없는 게 문제지 개개인의 욕망은 일본인의 그것보다 덜 하지 않을겁니다. 기회가 된다면 붙잡고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카드값은 제대로 내고 있는지, 노후대책은 충분히 세우고 있는지.

나는 저런 미친짓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까요? 돈에 대한 나의 욕망이 저런 미친짓과 무관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확실한 건 덜 쓰면 덜 벌어도 된다는 것입니다. 선택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저로선 미친짓 할려고 더 버느니 미친짓 안하고 덜 벌겠습니다.  



돈없음에 대한 한심한 변명 혹은 자기위안처럼 들리는군요, 제가 써놓고도.










'4' 댓글

아이디어 하우머치

2008.10.07
11:24:23
 저 임성애작간데요 일본 tv 프로그램 어디서 볼수있나요 ( 버라이어티, 예능, 교양, 드라마, 다큐 ) 모두여~ 보는법부탁드려요
그리고 그때 해외 tv프로그램소개하는 싸이트 다시알려주세요~ 없어졌어요..그리구 그리구....저희 프로그램 가을개편때 시간대 옮겨요 목요일 7시로....^^

Cocteau

2008.10.07
13:58:33
목요일 7시로 옮기는 거면 그만큼 시청률이 좋았다는 얘기죠? 허허... 그럴 줄 알았어요

손님1

2010.05.11
09:37:32
안녕하세요 임성애 작가님 

Cocteau

2010.05.13
20:37:34

뉘신지... 임작가님은 여기 안 사십니다... 가끔 들러보시는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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