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과외를 하러 다닌지 두 달은 넘은 거 같네요.

한 번 사고가 나지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자빠졌습니다.

가경동에서 성안길로 넘어오는 언덕이 있습니다. 대충 600미터 정도 되는 길이에 경사는 약 20~30도 정도에요. 

가속이 붙어 꽤 빠른 속도로 내려오기 때문에 퇴근길(?)에 가장 좋아하는 코스인데, 그곳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그 코스를 브레이크도 안 걸고 쉭~ 내려오고 있는데...

순간 도로 위에 주먹만한 검은 물체가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뭔가 비닐종이 같은 것인가 싶어 미처 브레이크를 밟을 새도 없이 지나쳐갔는데...

순간 자전거 핸들이 제 의지와 상관없이 돌아가더니 미처 의식할 사이도 없이 저는 바닥에 내팽개쳐졌고,

왼쪽 팔과 왼쪽 다리에 꽤 큰 크기의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본격적으로 피가 나는 건 아닌데, 하얀 속살위로 진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만약 뒤에 자동차라도 뒤따르고 있었다면-전 집에 빨리 돌아가기 위해 인도가 아니라 차도로 내려와 자전거를 타고 있었습니다- 그냥 찰과상 정도로 끝나지는 않았을거에요.

심하게 다치진 않았다는 걸 확인한 순간, 160만원짜리 자전거가 고장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어디 부딪친 것이 아니라 옆으로 미끄러졌기 때문인지 자전거도 고장나지 않았습니다.

저와 자전거를 넘어뜨린 건 도로 위에 맥락없이 놓여있던 돌덩이였구요.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전 다치거나 하는 걸 무지하게 싫어해 알아서 몸사리며 살아왔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어디 한 군데 부러진 적도 없어요.

오늘 정도의 찰과상만 해도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상처입니다.

역시 자가용을 사야했던 걸까, 지금이라도 한 대 뽑을까, 생각했습니다만...

자가용이라면 사고를 피할 수 있을까요?

어제 밤 1시에 과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빗속에 다중충돌이 있었던 걸 목격했었지요.

작은 돌부리 하나에 저의 신체에 어쩌면 치명적일지도 모를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예측할 수 없는 인생... 전혀 컨트롤 할 수 없는 삶... 같은 생각에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정말 순식간에 내 목숨 하나 그냥 사라질 수도 있구나...

어쩐지 서글퍼서 맥주라도 한 병 마실까 싶었습니다만...

상처가 빨리 아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되어...

아...

맥주가 땡기네요...

 

.........

 

누군가에게 뭔가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 전화 걸만한 사람을 생각해봤는데...

없더군요.

마침 어머니는 동생 내외와 함께 괌에 놀러가셨고

빈약한 숫자입니다만 그나마 흥미있게 저의 사고 이야기를 들어줄만한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리기엔 상처가 너무 경미합니다.

사실 한 명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지난번에 이어 두 번 연속 제 전화를 씹네요.

새벽 두세시에도 거리낌없이 전화걸어 저에게 술주정하시던 분인데 말이죠.

나란 결국 술주정을 받아줄 사람이었을 뿐이군요.

뭐 큰 걸 기대한 건 아닙니다만.

제가 이 나이 쳐먹도록 애인 하나 없이 이 지랄로 궁상떨며 사는 건

온전히 저의 비정상적인 삶의 방식 때문입니다만...

뭐랄까요...

외롭다는 건 아닌데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듭니다.

이렇게 타인과 관계를 적게 맺고 살다가는

어느 비오는 오후, 세상에 대한 아무런 미련도 없이

손쉽게 목이라도 매어버리는 게 아닐지...

연애라도 해야할텐데 말이죠...

지금으로선 무리겠지요...

 Sony NWZ-S736F.jpg

.........

 

자빠질 당시 왼쪽 팔뚝에 암밴드를 끼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소니 mp3p가 들어있었구요.

한귀퉁이에 화끈한 기스가 날만큼 충격을 주었는데도 멀쩡하게 작동하는군요.

자빠져 바닥에 널부러져 있을 때에도 서태지 5집의 철지난 음악이 제가 살아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mp3p의 견고한 금속재질의 바디가 제 찰과상의 크기를 줄여주었어요.

암밴드가 걸쳐져 있던 부분, 그러니까 팔꿈치 언저리는 전혀 찰과상이 없거든요.

어쩌면 제 팔꿈치뼈를 볼 수도 있었을만한 상황이었는데...

여튼 고마워서라도 오래오래 사용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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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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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du

2009.07.22
10:28:43

도로가 더 위험해요. 산악에서 자전거 타는것 보다. 이동 거리가 수km가 아닌 수십km 단위이니 팔꿈치나 무릎/정강이 보호대는 하고 다니는게 좋지요. 사고는 내가 조심한다고 일어나지 않는게 아닌지라. 옆에서 어떤 멍청이가 들이받을수도 있으니까요;; 상황을 생각해보니 찰과상정도로 그친게 정말 다행입니다..ㅠ.ㅠ 흉터 안남게 치료 잘하세요.

Cocteau

2009.07.22
15:00:49
전엔 이것저것 장비를 갖추고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 뭐하러 저러고 다니나, 싶었는데, 직접 타고다니는 입장이 되니 쓸데없는 장비가 하나도 없더군. 앞으론 웬만해선 도로로 안 내려가야지. 절대 과속도 안 하고... 보호대랑 장갑도 얼렁 주문하고... 아... 소독약 발랐더니 욕이 절로 나온다... 씨발... 존나 아퍼... 씨발...

주정뱅이

2009.08.14
13:53:56

내욕하는거네...ㅋ

다친줄몰랐어요.....

전화는 챙피해서와 기타등등의 이유로 놓쳤고,,,

그래도 메신저사기피해 접수 일뜽으로 해드렸잖아요...

그리고 그 비슷한 시기에 저도 넘어져서 다쳤어요..ㅋㅋ 얼굴과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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